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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전시를 다녀왔다. 포스터 디자인이 세련돼서 처음에는 SNS용 전시겠구나 싶었는데, 좀더 자세히 보니 어마무시한 거장들의 이름이 쓰여 있어 곧장 차를 타고 달려갔다. 주말 주차는 1시간 30분 무료고, 이후에는 추가 비용이 있다. 아마 석파정까지 이어진 코스라서 주차 추가 비용을 받는 거 같다. 예약은 없고 현장발권 티켓값은 만 오 천 원 이다.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는 서울미술관 설립자 안병광씨가 40년간 소장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김창열, 이우환 등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름은 한 번 이상 들어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총 31명 (강익중, 고영훈, 곽인식, 권영우, 김기창, 김상유, 김창열, 김태호, 김환기, 도상봉, 류병엽, 문학진, 박생광, 박서보, 박수근, 서세옥, 손석, 유영국, 이건용, 이대원, 이왈종, 이우환, 이응노, 이중섭, 임직순, 전광영, 정상화, 천경자, 최영림, 한묵, 황영석)

박생광 호랑이와 모란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그림에 압도됐다. 전시 내내 그림 옆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떻게 그림을 그렸을까, 이 그림은 누구의 작품일까, 어떤 이야기가 이 그림 안에 들어 있는 걸까, 색감이 미쳤다, 붓터치가 날림인데도 섬세하다, 집 거실에 걸어두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일까' 등의 생각이 휘몰아쳤다.

김기창 예수의 생애 연작 중 일부

다른 전시와 달랐던 점은 수집가의 문장이다. 안병광씨가 그림들을 어떤 마음으로 소장하게 됐는지 짧은 글이 쓰여 있다. 돈이 부족해 가지고 있던 작품들 중 하나를 팔고 다른 작품을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현업 작가들은 이 수집가의 문장을 통해 컬렉터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바라보고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천경자 내 슬픔 전설의 49페이지
유영국 산 / 김환기 십만 개의 점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서세옥 사람들 , 정상화 무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를 본 후 건물 옥상으로 이어지는 석파정으로 갔다. 서울의 숨겨진 자연 정원 석파정. 계속 서 있어서 다리가 아팠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비가 추적 추적 내려 적당히 안개가 껴 운치가 배가 되었다.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서인데, 그러니까 별서는 별장인데 별장보다 좀더 오래지내는 곳. 여튼,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주장한 이유를 알았다. 충분히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데 뭣하러 외국 문물 들여와서 더럽히고 싶었겠나. 흥선대원군에 빙의해서 석파정에 앉아 물소리를 들었다. 석파정 옆에 개구리 동상이 있었다. 석파정에 개구리가 많구나 생각하며 이제 일어나, 언덕길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개구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개구리를 서울에서? 이렇게 많이..? 비가 오는 날 가길 정말 잘했구나.

석파정

<두려움일까 사랑일까>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만큼 인기가 없다니... 오히려 좋은 건가.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었고, 관람객들 자체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보여 관람 매너도 꽤나 좋았다. 도슨트도 있는데, 도슨트까지 들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거 같기도... 작가와 작품 수가 꽤 많기 때문에 관람하는데 적잖은 시간과 체력이 요한다. 여유롭게 시간을 잡고 전시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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