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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날, 연희동에 있는 전시 고원에 다녀왔습니다. 무대 미술가 여신동 작가와 가수 오혁이 협업한 전시라고 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예매를 했습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전시를 체험하고 나니 가격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 / 주차
연희 고원은 연희동에 있는 예술가의 작업실입니다. 위치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11다길 39 입니다.
저는 차를 가져가서 예매 정보에 나온 연희맛로 공영 노상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습니다. 노상 주차장이라 주차공간도 많지 않았고, 주변 상가도 많아 타이밍이 딱 맞지 않으면 이곳에 주차는 힘들 거 같습니다.
다행히 약간 먼 곳에 연희동제2공영주차장이 있어 그곳에 가 주차를 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지 않으시는 분들은 버스를 타고 가길 추천드립니다.



주차를 한 뒤, 우산을 쓰고 연희동 주택가 골목을 걸어 전시장으로 갔습니다. 비가 와서 길에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많지 않아 불편하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고원으로 가는 마지막 골목은 약간의 오르막길인데, 힘들게 올라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골목을 올라가면서 오히려 걸음 속도가 조절돼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전시장
입구부터 여러 오브제들이 놓여 있어서, 첫 인상부터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대기실이 있었고, 대기실 안에는 창문밖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의자 옆 테이블에는 책 '내 인생의 해답'이 있었습니다. 요즘 고민들을 생각하면서 책을 펼치면 책이 답을 해주는 내용인데,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내가 요즘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이때부터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호스트 분이 오셨고, 연희 고원에 관한 소개가 적힌 종이와 물을 주셨습니다. 예매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가서 앞 팀이 끝날 때까지 더 기다렸습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연희동 풍경을 보니 여러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전시 내용
시간이 되고 호스트 분께서 다시 오셔서 옆방으로 안내를 해주셨고 전시가 진행됐습니다.
전시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명상 준비와 명상 그리고 정돈. (명상이라고 딱 이름을 붙일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만...)

첫 번째 명상 준비는 명상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호스트님께서 간단히 전시 고원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고,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잠깐의 명상 시간을 가졌습니다. 앉아서 진행이 되었기에 몸의 긴장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두 번째로 작고 어두운 방에 들어가 명상을 했습니다. 보다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고 싶지만, 글로 표현하는 거보다 전시를 직접 가 체험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이 들어 제가 체험을 하며 느낀 것들 위주로 남기려고 합니다.

하늘을 엄청 가까이 바라보고 있는 느낌, 바닷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느낌, 나의 잡념들이 떠다니다 흩어져서 사라지고 다시 생기는 기분.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만, 5초 뒤에 그리고 10초 뒤에 그 생각이 어떤 생각인지 기억이 안 나고
또다른 생각을 하는 느낌.

명상이 시작되고 어떻게 이렇게 작고 조그만한 공간에 조명과 인센스 스틱을 이용해 섬세하고 세련되게 공간을 디자인했는지 감탄했습니다. 명상을 하며 잠에 들기도 했고, 다시 깨기도 했습니다. 약간의 렘수면 상태로 명상을 한 거 같습니다.
헤드폰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와 음악이 약간 커서 처음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내 적응이 됐습니다.

명상이 끝난 뒤 방에서 나와 호스트님께서 따라주시는 차를 마시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큰 통창으로부터 연희 풍경이 보였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동시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피커로 파도 소리 비스무리한 사운드가 나왔는데, 비가 오는 날이라 개인적으로 인공적인 소리 말고 자연 소리를 들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호스트님께서 다도를 통해 따라주신 차는 잔잔한 향과 맛이 있었습니다.

총평
전시가 끝나고 난 후에, 명상을 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잡념들이 생겼다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짐과 동시에 중요한 것들의 우선 순위가 정돈된 것 같았습니다. 호스트님께서 이번 전시가 3번째 시즌이라고 하셨고, 8월말까지 한다고 하셨습니다. 생각이 복잡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신 분께 추천하는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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