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돌아갈래로 유명한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을 봤습니다.
박하사탕은 주인공 영호(설경구)가 죽는 기차 장면으로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로 올라가며 영호(설경구)의 삶을 보여줍니다. 풍파와 같은 시대를 지나며 변해온 한 인간의 모습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영호(설경구)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관객은 알 수 없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지러운 시대상이 원인인 거처럼 보이기도 하고, 영호(설경구)의 선택들이 모여 결과를 이룬 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구성이기 때문에 영화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퍼즐이 하나씩 맞춰집니다. 영호가 왜 자살을 하게 됐는지, 지금의 아내는 어디있고, 순임이는 누구이고, 기찻길에 모인 그 모임은 무엇인지. 굉장히 짜임새 있는 영화이고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어느하나 인위적으로 껴맞춘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처음부터 쭉 쓴 다음에 그대로 다시 거꾸로 나열을 해놔도 이렇게 정갈하고 깔끔하게 장면의 연관성이 이어지기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좋았던 대사를 하나 적어놓으려고 합니다. 연기를 하는 배우분들께서 연습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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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슈
거 앉으슈 누추하지만
이번에는 여기가 비가 떨어지네
어젯밤에 자는데 마빡에 비가 떨어지더니
(총을 꺼내며) 앉아있어 이 씹새끼야
장난감 아니야 앉아
나 사는 게 한심하지? 어?
왜 이러고 사는가 싶지? 응?
당신 말이야 누가 보내서 왔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이야기나 좀 합시다
밖에 비도 오는데 좋잖아 분위기
술 한잔 하실까? 마실래도 마실 술이 없네
탁, 마지막 탈탈 털어서 이거 하나 구했어
딱 한놈만 죽이려고
나 혼자 죽기 너무너무 억울해서
딱 한 놈만 내 저 새끼랑 동행하자
내 인생 이렇게 만들어놓은 놈들 중에서 딱 한 놈
근데 말이야 어떤 놈을 죽일까 그거 참 고민되더라고 어?
딱 한 놈 고르려니까 그게 존나게 어려운 거야
피 같은 내 돈 다 날려버리고 깡통 차게 한 증권회사 직원 새끼 죽여버릴까
달러빚 내주고 고리 뜯어낸 그 흡혈귀 같은 새끼 죽여버릴까
아니면 동업한다고 해놓고 사기 친고 토 깐 친구 새끼 죽여버릴까
이혼한 마누라랑 우리 애새끼랑 같이 죽어버릴까
근데 내 인생 이렇게 조져놓은 놈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그 한 놈을 못 고르겠더라고
당신 누가 보내서 왔는지 모르겠는데, 날 참 잘못 택했어
어떡할래? 구경하고 갈래 그냥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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