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돈가방을 갖고 튀어라/김용훈 감독,정우성,전도연,신현빈,정가락,배성우

 

소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은 소네 케이스케가 쓴 일본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한 2020년 초에 개봉한 김용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각각의 인물들의 처절한 상황을 돈가방이라는 소재를 엮어 풀어낸 범죄물입니다. 개봉 당시 코로나로 인해 개봉일을 미루고 사태가 잠잠해질 때 다시 개봉했지만 하필 신천지 사태가 터져 처참한 흥행성적을 기록합니다. 코로나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상업 영화 포스터가 아닌 연극 포스터처럼 생긴 공식 포스터가 관객을 극장으로 끌지 못한 원인중 하나가 아닐까 추축해봅니다. 

 

돈가방 동선

영화는 태영이 찜질방에 놓고 간 돈가방을 가져간 중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장마다 시간의 순서는 엉키고 섥힙니다. 영화의 돈가방 소유자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탄 미란(신현빈)-미란을 도와주지만 뒷통수를 치는 연희(전도연)-연희의 도움을 배신으로 갚은 연희의 전 애인 태영(정우성)- 태영이 찜질방에 놓고 간 돈가방을 가져가는 중만(배성우)<영화 시작>-중만 집에 찾아간 박사장(정만식)이 가져가나 헀으나 이때 뒷통수 친 연희에게 다시- 연희는 도주 중 돈가방을 캐비넷에 넣으나 박사장 부하 메기(배진웅)에게 죽고, 이를 발견한 중만의 부인 영선(진경). 

 

시간의 비선형적 구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시간의 비선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 드 니 라방 주연의 영화 홀리 모터스와 같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장을 나누어 소제목을 넣습니다. 연극에서 주로 쓰이는 장 구조는 이 영화에서 각각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집중하여 보여주어 입체적인 캐릭터와 인물들의 연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장 구조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장마다 끊어 시간의 비선형적 구조를 완성시킵니다. 시간의 비선형적 구조는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 등에서도 나왔듯이 처음 사용된 영화 기법은 아닙니다.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는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관객은 계속 단서를 얻고 퍼즐을 조립하게 되는 메멘토와 마찬가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또한 각 인물들의 상황을 장마다 보여주고 그에 따른 단서(경찰로 나온 명구(윤제문), 연희의 문신 그리고 실종자 전단지 등)와 돈가방의 동선을 통해 결말부 관객들에게 퍼즐의 완성이라는 쾌감을 선물합니다. 

 

과한 BGM

영화 속 음악은 기본적으로 무미건조한 연기와 밋밋한 상황을 생생하고 효과적으로 만듭니다. 영화 음악이 유명한 영화는 손에 꼽을 수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음악은 인셉션의 'Edith Piaf-Non,Je Ne Regrette Rien'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과하다 할 정도로 음악을 활용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빈틈없이 공간을 채웁니다. 그러다보니 음악의 효과는 오히려 반감됩니다. 드럼과 북치는 소리가 들어간 음악은 긴장과 스릴을 전달하는데 탁월하게 사용됐지만, 영화 내내 꽉 차 있는 음악은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살아있는 소리를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배우들

신인 배우라고 불리기는 뭐하지만 이제 관객들에게 눈에 띄기 시작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 역으로 맹활약중인 신현빈 배우는 미란 역으로 나오며, 시인의 사랑에서 양익준 배우와 함께 호흡을 한 정가락 배우가 중국 청년 진태 역으로 나옵니다. 제가 최근 눈 여겨 보는 배우들인데 공교롭게도 이 둘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고, 갈등의 발단이 되네요. 영선 역의 진경 배우도 오달수 배우와 호흡을 한 대배우에서 인상깊어 반갑습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할머니 역으로 나온 윤여정 배우님도 반가웠습니다. 물론 윤여정 배우님이야... 찬실이 말고도 다른 곳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셨지요. 할머니라는 캐릭터를 맡지만 영화 마다 전혀 다른 할머니 캐릭터를 보여주십니다. 

술집 사장 연희 역으로 나온 전도연 배우는 영화 전체 스토리를 끌고 가고 압도하는 분위기와 임팩트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캐릭터를 누가 소화할 수 있을지.. 무뢰한, 하녀, 스캔들 등에서 술집 여자 혹은 독한 여성의 캐릭터를 보여줬는데... 정말 너무 좋습니다. 외적인 이미지만 봤을 때 고고하고 순수한 느낌이 드는데.. 연기를 할 때면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강인함과 깡다구를 보여줍니다. 

 

뜬금없고 현실성 없는 장면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한국적으로 안 맞는 부분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때때로 보입니다. 미란과 진태가 사람을 죽이고 제사를 지내러 가는 부분이 갑작스러워 쌩뚱 맞습니다. 진태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안정시키기 위한 미란의 방법이긴 하지만, 왜 하필 제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후라이팬과 다리미로 뒷통수를 치는데 몇 분후 멀쩡하게 깨어 밖으로 나가고...  젊은 인물들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할머니 순자가 뒷통수를 맞고 불타는 집에서 중만한테 업혀 빠져 나온 후 깨어나 중만을 위로하는 씬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영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들어간 장면으로 보여 더욱 안타깝습니다. 

 

결말

중만의 부인 영선이 돈가방을 마지막으로 획득하여 공항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가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돈가방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결말은 애매합니다. 영선이 나간 후에도 돈가방은 계속 이리저리 주인이 바뀔 확률이 높아, 영화가 끝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돈가방 하나 때문에 몇 명이 죽었는데, 결국은 영선이 가져가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돈가방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각 인물들의 처절한 상황과 왜 이렇게 돈가방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퍼즐은 어떻게 맞춰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애매하지만 아쉽지는 않은 결말입니다. 

 

미란 역 신현빈

[오늘의 배우] 스며드는 매력을 지닌 배우 신현빈/ 슬기로운 의사 생활 방가방가 지푸라기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