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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이입니다. 

오늘 리뷰할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자, 독보적인 작품관을 처음으로 드러낸 아비정전입니다.

아비정전은 아비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1990년 12월 22일 한국에 최초 개봉 이후 장국영 특별전, 왕가위 특별전 등의 재개봉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전작 열혈남아와 같은 느와르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우울하고 쓸쓸한 아비정전을 보고 실망하며 혹평을 했습니다. 아비정전은 액션이 가득한 열혈남아와는 다르게 정적이며 액션 장면이라고는 결말부 잠깐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아비정전의 흥행실패 이후 왕가위 감독은 다음 영화를 만들기까지 고전합니다. 하지만, 왕가위 작품 세계가 차차 관객들에게 인정 받은 후에 아비정전은 재평가되어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영화가 됐습니다. 


 

 

줄거리 및 결말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진 않지만 사랑은 하고 싶은 아비(장국역)는 체육관 매표소에서 일하는 소려진(장만옥)을 만납니다. 이후 이 둘은 친구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합니다. 소려진은 아비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만, 구속받기 싫어하는 아비는 이를 거절합니다. 소려진은 아비를 떠나고, 아비는 어머니의 귀걸이 사건을 통해 댄서 루루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합니다. 소려진은 이후 아비를 그리워하며 아비에게 찾아오지만, 아비는 소려진을 매몰차게 대합니다. 이때 소려진은 순찰하는 경관(유덕화)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소려진과 달리 루루는 아비가 매몰차게 대해도 계속해서 옆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비는 자신의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루루를 홍콩에 두고 필리핀으로 떠납니다. 아비는 필리핀에서 어머니 집에까지 찾아가지만 어머니를 만나지 못합니다. 아비는 필리핀에서 방황하다 미국으로 넘어가는 여권을 암암리에 거래하던 중 거래자에게 총을 쏘고 도망자의 시세로 전락합니다. 이후, 기차에서 아비는 죽임을 당합니다. 아비가 죽고 아비를 만났던 여인들의 모습이 순차적으로 나온 후, 한 번도 영화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왕조위가 외출 준비를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아비는 사랑을 원해 계속해서 여자를 만나지만 깊게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그의 삶을 보면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양어머니 손에 길러졌고, 마땅한 직업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딘가에 속해 있는 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유를 원하지만 동시에 항상 외로움을 느껴 짧은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짧은 만남을 반복합니다. 이러한 굴레는 오로지 죽음으로만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날고 있는 새인줄 알았지만, 처음부터 죽어있음을 마지막에야 깨닫습니다.  

말해둘 게 있는데, 지금 통곡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에요. 난 이제 멀쩡해. - 소려진

아비를 사랑한다는 점에서 소려진과 루루는 공통점을 갖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만남과 이별의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소려진은 이별 이후 아비를 그리워하지만 아비에게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며 그리움은 있지만 어느 정도 아비를 잊은 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루루는 아비에게서부터 매몰찬 대접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아비 옆에 남으려 하며, 머나먼 필리핀까지 아비를 찾으러 갑니다. 

소려진과 루루 모두 근본적으로 아비를 바꾸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비는 죽기 전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깁니다. '내가 정말 사랑한 여인이 누군지 평생 모를 거라고. 지금 그녀가 그립군'. 4월 16일 3시 1분전의 시간을 죽음 직전까지 기억하던 모습을 볼 때에 소려진이 그가 그리워 한 여자였을까요, 자신이 만난 여자들 중 마지막인 루루가 그가 그리워 한 여자였을까요? 

 

 

 

영화 아비정전은 인물 개개의 심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과 바스트샷을 사용합니다. 화면 전체 꽉 차게 나오는 인물의 얼굴을 통해 관객은 인물의 디테일한 표정 변화를 보고 감정을 느낍니다. 아비, 루루, 소려진, 아비의 양어머니와 경관등의 인물에게도 위와 같은 샷을 사용해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외에도 인물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홍콩의 습한 장마 날씨의 분위기를 더해 쓸쓸함과 외로움을 강조합니다. 또한 좁은 방을 통해 아비의 고독감을 미장센으로 전달합니다.

문이라는 매개는 영화 속 만남과 이별의 순환을 은유합니다. 방에 들어가고 나오는 행위가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하고 또 누군가를 만나는 아비의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아비

영화 아비정전은 시간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려진과 아비가 만났을 때 3시 1분 전의 시간을 기억하라고 이야기하며, 소려진과 경관의 만남에서도 시간을 정해 전화 부스 앞에서 연락하도록 약속합니다. 이외에도 꾸준히 시계라는 물체를 카메라는 계속해서 잡습니다.

 

아비정전의 시간은 현재도 미래도 아닌 흘러간 과거의 시간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간간히 나오는 내레이션은 과거를 회상하는 하나의 형식으로 그리움을 배가합니다.  소려진과 루루는 아비를 만나 행복했던 시간을, 경관은 루루와 잠깐이나마 함께 대화를 나눴던 시간을, 아비는 자신이 입양되기 전의 어머니를, 양어머니는 아비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기 전의 시간을 그리워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실의 시간을 그리워하지만, 그리움 말고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장국영 배우는 잘 생겼습니다. 솔직히 다른 배우가 아비 역을 맡았다면 아비의 행동과 말에 설득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국영 배우의 얼굴 정도라면 소려진과 루루가 왜 그렇게 아비를 사랑했는지 시각적으로 바로 설득 되며,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선은 2차로 작용합니다. 

 

 

 

마지막 결말에 많은 관객이 의아해 했습니다. 영화 속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던 왕조위가 대뜸 롱테이크로 2분 동안 등장을 하다니. 만남과 이별이 연속적이었던 앞의 내용처럼 왕조위의 외출을 통해 제3자의 만남과 이별을 보여주려고 했던 걸까요?
이는 사실 아비정전이 후속작을 염두해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비정전이 망해서 후속작은 없었으며, 이후 왕가위 감독은 아비정전 2는 없을 거라 단정 지었습니다. 왕조위의 아비정전도 기대되는데, 아쉽습니다.  

 

아비정전은 왕가위 특유의 작품 세계인 만남,이별, 상실 그리고 허무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홍콩 특유의 분위기와 필름의 분위기는 더욱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세상을 부유하는 청춘들에게 비가 오는 날, 잠이 안 오는 쓸쓸한 날 보길 추천합니다. 

 


명대사와 맘보 음악

발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에 꼭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아비
아비 : 오늘 밤 꿈에 날 보게될꺼에요 (다음날) 수리진 : 어젯밤 꿈에 당신 본 적 없어요, 아비 : 물론이지 한숨도 못 잤을 테니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소려진
가정부는 어머니가 집에 없다고 했지만 내가 집을 나설 무렵 뒤에서 누군가 날 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싫으시다면 나도 내 얼굴 보여주지 않는다. -아비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 되는가. 죽을 땐 눈을 감아야겠군. 당신은? 생이 끝날 때 뭘 보고 싶을 것 같아? -아비

www.youtube.com/watch?v=qaRBLT9MDXE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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