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23
"섹스 파트너와 뭔가를 교환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지. 나는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 교환하다니? 뭘? 전쟁 당사국들이 전쟁을 교환하지 않듯이, 바둑 친구들이 바둑을 교환하지 않듯이, 섹스 파트너들끼리도 섹스를 교환하지 않아. 나와 그녀가 뭔가를 교환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낭비하기 위해 만나는 거야.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함께 소비하지. 그러나 궁극적으로 낭비하는 것은 바로 섹스라는 관념이야. '나는 섹스를 한다'는 무거운 관념을, 덤프트럭이 모래를 쏟아놓듯 훌훌 던져버리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비트겐슈타인식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섹스 파트너라는 이름의 상자를 공유하고 있는 거야.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그것을 섹스 파트너라고 부르기로 정한 거야. 그리고 실은 그 뚜껑을 열지 않아. 우리가 뚜껑을 열지 않는 한, 우리는 안전해. "
p 91-92
"역시 널 안 만났어야 했는데. 그럼 그냥 그렇게 살았을 텐데...." ...
"이러다 죽겠구나 싶은 순간도 많았어.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내 머리를 거기에 처박으려고 한 적도 있어. 남편이 발로 배를 차서 이미터는 날아간 적도 있고 그럴 때면 차라리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따는 생각도 해."
"제발 그러지마. 널 만나는 순간이 내겐 유일한 숨구멍인데, 왜 자꾸 넌 문제를 확대시키려고 하니? 잠깐이지만 너랑 있으면 행복해. 그냥 지금 이대로 있으면 안될까?"
" 할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 그래. 지금은 날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게지만 말야. 물론 그 마음이 진심이란 것 알아.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서 그게 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어."
p81
"어딜 갔다 왔니?"
"대구에요"
"죽은 엄마 생각이 나서요. 추모공원이 있거든요."
"엄마? 무슨 엄마? 네 엄마는 대구가 아니라 여기서 죽었어. 네가 피시방에 간 사이에."
"왜 나만 갖고 그래요?"
"왜 그러느냐니?"
"내 잘못 아니잖아요? 내가 유괴되고 싶어서 유괴됐어요? 엄마 아빠가 잘못해서 유괴된 거 아니에요? 근데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래요?"
"잘못을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유괴범, 그 여자뿐이야. 네가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 그 미친년이 우릴 이렇게 만든 거야."
"지나간 걸 어떻게 바꿔요? 누가 잘못을 했뜬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살면 안 돼요?"
"그냥 살다니, 어떻게? 그 여자는 죽었어. 넌 거기로 돌아갈 수 없어. 넌 여기서 알아야 돼.:
"여기 싫어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여긴 너무 싫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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