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심리 드라마: [시네도키, 뉴욕]
시네도키, 뉴욕은 2007년에 제작되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갔지만 그게 전부였다. 상 하나 제대로 받지 못했고, 평론가들의 평가 또한 제각각이었으며, 대중성은 가히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죽기 전에 봐야할 영화로 손 꼽힐 만큼 가치 있는 영화로 평가되어지고 있다.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20위, 가디안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7위에 올랐을 정도이니. 그럼에도 영화 자체가 지나치게 어렵고 난해하고 우울하여 비난받는 건 여전하다. 한국에서도 2010년에 개봉하였지만... 본 사람은 극히 일부일듯 하다. 연극쟁이들은 봤을지도?
찰리 카우프만 (Charlie Kaufman)
찰리 카우프만은 실히 감독보다 작가로 더 유명하다.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의 '존 말코비치 되기'와 '어댑테이션'의 각본을 썼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작품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도 이 카우프만이 썼다. 스카이크 존즈와 미셸공드리 역시 카우프만과 마찬가지로 미국 포스트모던 영화의 주요한 인물들이다.
소니 영화사는 이들에게 반해 카우프만과 존즈에게 호러 영화를 만들자고 하여였지만, 존즈가 다른 영화를 하게 되어 불발된다. 이에, 카우프만은 시네도키, 뉴욕의 케이든처럼 큰 사고를 친다?! 그의 데뷔작 시네도키,뉴욕을 만든 것. 하지만 이 영화는 존즈와 미셸 공드리가 만든 영화들과 다르게 대중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각본가로는 훌륭할지라도, 감독으로는 실패자라는 오명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카우프만은 케이든과 같이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꾸준히 개척한다.
그렇게 만든 게, 2015년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 아노말리사(Anomalisa). 각종 상을 휩쓸며 재기에 성공,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이제 그만 끝낼까로 수작을 만드는 감독의 자리에 이르게 된다.
[시네도키, 뉴욕]의 특이한 스토리텔링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연극연출가 케이든. 교외에서 지역 극장을 운영하는 그의 삶은 황량해 보인다. 화가인 아내 아델은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그를 떠나버린다. 묘하게 솔직해서 마음이 끌리는 극장직원 헤이즐과의 새로운 관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무상함에 괴로워하던 그에게 거대한 연극무대를 올릴 일생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는 뉴욕의 창고에서 실물 크기의 도시를 만들어 잔인하리만큼 정직하고, 진실된 인생을 그려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연극 속의 삶과 케이든의 실제 삶의 경계가 뒤엉키며 그가 맺은 모든 관계들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데…. 케이든은 과연 이 위대한 예술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카우프만의 작품의 공통된 테마: 인간의 정체성.
죽음에 대한 공포, 늘 곁에 붙어있는 외로움을 지닌 연극 연출가 케이든은 뉴욕의 중심가에 거대한 연극을 만든다. 삶을 그대로 모사, 재연하는 연극에 가까운 이 연극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인물이 늘어나고, 장면이 늘어난다. 그렇게 17년이 지속되고. 그 안에서 리허설 리허설 리허설.
시네도키,뉴욕을 일반 드라마 영화처럼 보려고 해선 안 된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다. 복잡한 혼선 속에서 잘 이어나가야 한다. 그게 인간 정체성의 해체와 분산과 자기 인식 그런 것일까.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뛰어난 연기
이 영화가 난해하고, 대중성이 없고, 재미가 없더라도 꼭 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 때문이다. 2014년 고인이 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신들린 연기를 직관할 수 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연기한 케이든의 시각으로 영화가 보여지기 때문에 2시간 남짓 시간 동안 내내 황홀한 연기를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정에 따라. 표정과 몸짓. 이와 같은 영화를 볼 때마다 그의 죽음이 애석하기만 하다.
시네도키,뉴욕 다시보기 ott
아쉽게도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 등 ott에서 찾아볼 수 없다. 유일하게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480p 저화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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